하늘 우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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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우체국
이제야 처음으로 쓰는 편지..(작성자: 큰딸.. 작성일: 2010-01-11)

글쓴이 :

등록일 : 2012-09-06

조회수 : 166

아빠..사람들은 그러겠지..30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아빠라고 부르며 반말하는 내가 버릇없다 하겠지..1살 위의 학교 선배한테는 꼬박 존대를 하며 통화를 하는 날보며 이모가 했던 말처럼..하지만 누가 뭐래도 난 아빠라고 부르고 싶고 앞으로도 그렇게 부를거야..사람들은 또 그러겠지..정말 사이좋은 부녀지간이었나하구..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할거야..이제는 정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그 곳에서

조금이라도 나를 기억할 수 있게 아빠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 차갑고 못된 딸이라도 그대로 있고 싶다구..



아빠..그 곳은 어때? 아니면 우리가 걱정되서 근처에 있는거야? 아빠를 볼 수는

없지만 같이 숨쉬고 같이 즐거하고 기뻐하고 있을까? 아빠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 몰라서인지 아빠가 같이 있었으면 하고 항상 바라게 돼...엄마와 동생들도

마음 속으로 매일 그리워하고 찾고 있는거 말 안해도 알고 있죠?



아빠..미안해..내 노력이 부족하고 내길이 아닐지도 모르는데 하고 싶은 일에

자꾸만 실패를 하고 움츠려드는 것을 아빠의 탓으로 돌리고 뒤로 도망쳐서..

우릴 위해 열심히 일한 것밖에 없는 아빠인데 우리도 생소한 병에 걸려 누구보다 힘들었을 아빠를 난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했던거 같아..그런 아빠라면 없었으면

좋겠다고 못된 마음을 많이 보여줬었지..



그런데 아빠.그랬어도 아빠가 우리곁을 이렇게 갑자기 떠날 줄은 몰랐어.정말..

그래서 자꾸만 스스로를 합리화시켰어. 아빠에게 진심을 전할 수 있을거라고..

병간호하며 힘들어하는 엄마만 보였던 나에게 중환자실에서 보던 아빠의 모습은 낯설었어. 내가 외면했던 사이에 아빠는 너무나 많이 야위고 힘들어보였어..근데

그 모든 것보다 아직도 내 기억에 남는 건 아빠의 환한 웃음이었어..우리 아빠가

이렇게 맑게 웃었던 것을 난 본 적이 있었나 싶은 그런 소중한 웃음...



아빠.. 난 아직 아빠가 사람들에게 썼던 메일을 보지 못해. 그동안 나에게 청했던 수많은 아빠의 사랑을 외면한 내게 서운했을 아빠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워서..

그리고 아빠에게 드려야 할 일이 남아서..아빠를 떠나보내고 가장 처음 한 약속.

1주년에 사랑하는 사람을 데리고 가겠다는 말 꼭 지킬께! 남은 4식구 힘내서

아빠가 그곳에서 마음편히 지켜볼 수 있도록 힘낼께. 그러니 아빠 우릴 지켜줘.

벌써 한달이 지나 이번 주말에는 아빠를 볼 수 있겠다..



아빠..아빠 딸로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그리고 사랑해..